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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?
고민 상담소2024.08.17 · 읽는 데 3분

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 괴로운 단추의 고민

단추의 고민

“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요..”

반려동물을 잃고 제 인생 반이 사라졌어요. 마지막으로 병원 가기 전에 그게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병원 무서워하는 애한테 잘 다녀오라고 주사 놔주고 인사한 게 다예요. 근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. 그 전 징조를 제가 몰라봐 준 것 같아서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죄책감으로 미칠 것 같아요. 너무 겁이 많고 예민한 아이였는데 괜히 병원 보낸 건 아닌지 후회스럽고요. 사람들은 조금씩 놓아주고 아이의 물건도 치우라고 하는데 그게 안 돼요 그 아이의 흔적을 제 인생에서 지우는 것 자체가 너무 죄책감이 들어요. 아직 꿈같고 집 와서 강아지의 유품을 보는데 그 아이 냄새가 사라질 것 같아서 끌어안고 울기만 했어요.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저는 평생 괜찮지 않을 것 같아요

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

"무지개 다리 너머의 그 아이는 누구보다 더 단추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거예요."

안녕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단추, 그래도 끼니는 좀 챙겨 먹고, 잠도 좀 챙겨 자고 있나요? 가뜩이나 마음이 많이 아픈 날들을 보내고 있을 텐데,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의욕도 안 생겨서 몸까지 상해 있을까 봐 걱정스럽습니다. 애도도 체력이 있고 힘이 나야 할 수 있습니다. 떠난 아이를 오래오래 기억하고, 충분히 슬퍼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잘 돌봐주세요.

단추의 고민 글을 읽으며 두 이야기가 떠올랐는데요. 하나는 제가 자주 가는 책방 '프루스트의 서재'의 까만 고양이 '까순이' 이야기입니다. 2020년 여름부터 한 달에 두세 번 서점에 들를 때마다 만난 인연인데요. 책방에 가면 제 앞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몇십 분씩 궁디팡팡을 요구하던 아이였는데, 올해 2월에 갑작스러운 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. 저보다는 책방지기님이 힘드실 것 같아서 티 안 내려고 애쓰는데, 반 년이 지난 지금도 허전하고 생각하면 슬프고 책방에 앉아 있으면 문득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나타날 것만 같아요. 그러고 보니 까순이 주려고 샀던 츄르를 아직도 어쩌지 못하고 있네요.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고여요. 보고 싶어요.

두 번째는 정혜신 박사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. 뱃속의 아이를 잃은 엄마 이야기였어요. 사람들은 이제 그만 잊어라, 보내줘라, 네 인생을 살아라 하는데 그 분은 그게 전혀 안 되고 힘들고 슬프기만 했대요. 그 분에게 정혜신 박사가 물어요. "아이 이름이 뭐예요?" 그러니까 그 엄마가 펑펑 울면서 뱃속의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시작하더래요. 자기에게는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데, 사람들이 자꾸 잊으라, 잊으라 하는 게 너무 싫었대요. 그 떠난 아이와 있었던 이야기 속에는 당연하게도 즐겁고 행복한 일도 가득했대요. 보는 내내 아주 인상 깊었지만 오래전에 봤던 영상이라 세부적인 내용은 달랐을 수도 있겠네요.

앞의 두 이야기를 적은 건 단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아서예요. 단추의 반려동물의 이름은 뭐였나요? 얼마나 긴 시간을 함께 했나요? 그 아이는 단추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? 그 아이와 함께했던 수많은 일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야기해 본다면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이 필요할까요? 지금 단추의 곁에 이런 이야기들을 마음 놓고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네요.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가족들도 좋고요. 어렵다면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자조 모임도 좋아요.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가족을 잃은 거잖아요.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슬픔이에요. 그 슬픔을 애도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고요. 꼭 단추의 슬픔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 지금의 힘든 마음부터 함께하며 웃기고 귀찮고 따뜻하고 서운하고 행복했던 순간들까지 촘촘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. 가족들은 어서 잊으라고만 하고,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운은 없다면 펫로스 증후군을 이해하는 심리상담사를 찾아가도 괜찮고요.

혼자 해볼 수 있는 것도 있어요. 무지개 다리 너머의 아이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.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궁금한 것들, 미안한 마음, 못다 한 마음 등 하고 싶은 말 전부 다 쓰세요. 그리고 아이가 글은 못 읽어도 내 말은 알아들을 테니 조용한 곳에 혼자 있을 때 또박또박 읽어주세요. 눈물이 나면 억지로 참지 말고 저절로 그칠 때까지 울면 됩니다. 내가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나에게 마련해주세요. 그렇게 지내면 됩니다. 원하는 만큼요. 이 글을 시작하며 했던 말 기억해요? 충분히 슬퍼할 수 있게 나를 잘 돌보고, 해야 할 일도 하고, 일상도 잘 살고요. 그리고 그 아이와 나를 위한 슬픔의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.

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단추의 경우에는 '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야'가 아니에요. 그 아이를 기억하는 시간이 지금은 슬픔과 후회와 죄책감, 고통이 크지만 나중에는 슬픔보다도 더 길고 깊은 함께 행복했던 시간이 오늘을 사는 단추에게 위로를 주고, 힘을 내게 하는, 내가 그 아이를 통해 큰 사랑을 배웠구나, 그 사랑으로 그 아이는 지금도 내 안에 있구나 깨닫게 될 거예요. 여전히 많이 그립겠지만, 아이 기억에 우는 날만큼 웃게 되는 날도 있을 거예요. 칠칠맞게 자꾸 눈물이 나서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려고요. 단추, 이미 알고 있겠지만, 무지개 다리 너머의 그 아이가 누구보다 더 단추의 행복을 바라고 있어요. 평안을 빕니다.

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.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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